빚더미 앉은 인스파이어 리조트, 경영권까지 빼앗겨

 빚더미 앉은 인스파이어 리조트, 경영권까지 빼앗겨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장장 8년간의 공사를 끝마치고 큰 화제 속에 개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성적표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VIP 고객 유치에 실패하며 주력 핵심 수익원인 카지노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 했고, 이로 인해 영업손실이 1,563억 원에 달하는 등 경영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개장 초기부터 크게 홍보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매출도 카지노 부문의 부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대출 상환 만기가 속속 찾아오는 상황에서 현금마저 부족한 형편이라 재정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가운데 인스파이어 리조트 경영권을 쥔 모히건이 대출 약정 위반으로 경영권을 빼앗기는 상황마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고작 1년만에 경영권을 빼앗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지만, 세계적인 투자 회사 베인캐피탈이 새롭게 경영을 맡게 된 만큼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경영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희망적 관측 못지 않게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여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가능성, 그리고 모히건과의 경영권 분쟁 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인천 영종도를 동북아 카지노 거점으로 삼으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동북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등장한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

동북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등장한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

경영 악화로 개장 1년만에 1,500억 원의 빚더미에 앉은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주에 기반한 원주민 부족 ‘모히건(Mohegan)’족이 운영해 온 곳입니다. 미국은 일반 상업 카지노(Commercial Casinos)와 구분되는 ‘부족 카지노(Tribal Casinos)’라는 개념으로 미국 원주인 인디언에게 카지노 운영권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모히건족은 1994년 미국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인정 받았고, 인디언 보호 구역(Indian Reservation)에 카지노를 건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996년 코네티컷 남동쪽에 위치한 ‘모히건 선(Mohegan Sun)’ 리조트를 시작으로, 미국 각지에 7개의 카지노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부족 인구는 수천 명에 불과하지만, 이의 몇 배나 되는 인력을 고용하며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디언 부족으로 꼽힙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모히건 부족이 북미 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장한 카지노 리조트입니다. 특히 북미 지역 외의 지역 중 처음으로 진출한 곳이 대한민국 인천이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복합 리조트(IR) 개발 사업자 모집에 공모하여 선정되었으며, 한국 정부가 2005년 이후 19년만에 신규 허가를 내준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연장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작년 3월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라는 이름으로 개장했습니다.

인천공항 북쪽에 위치하여 축구장 64개 크기의 46만 1,661㎡ 부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2만 4,000㎡ 면적의 국내 최대 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15,000석 규모의 국내 최초 다목적 공연장 ‘아레나’가 대표적인 시설입니다. 이외에도 4,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컨벤션 센터와 LED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 돔 형태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및 최첨단 MICE 시설 등 초호화 시설을 자랑합니다. 2016년부터 장장 8년간 2조 3,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대공사였지만, 현재의 모습은 ‘1-A’ 단계로 모히건이 구상하는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모히건은 향후 2046년까지 6조 원을 더 투자하여 리조트 규모를 확장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개장 당시의 화려함에 비해 지난 1년간의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2024년 회계 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2,190억 원의 매출과 순손실 2,654억 원, 1,5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누적 방문객이 480만 명에 달하고 객실 점유율도 47~83%를 기록했지만, 부채 비율이 전년도 242.48%에서 작년 446.78%로 급증하는 등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 규모가 줄어들자 차입금 의존도 역시 64.7%로 상승하는 등 재정 건전성도 악화되었습니다.

2조 4,775억 원의 총 부채 중 5년 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유동자산은 1,776억 원으로 전년 4,347억 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하며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전망입니다. 올해 12월 1일에는 2021년 국민은행을 포함한 67개 금융회사에서 차입한 1조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상환이 예정되어 있으나, 저조한 현금 창출 능력으로 인해 채무 상환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입니다. 현금성 자산이 작년 9월 말 기준 1,386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떨어진 상황이라 리파이낸싱(Refinancing, 대환 대출)이 필수적이지만, 이미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자 상환 비용이 증가하여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화려한 등장과 달리 초라한 실적으로 경영 위기 심화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카지노 VIP 고객 유치 실패가 꼽힙니다. 1년간 인지도 향상과 방문객 증가를 위해 각종 공연 및 행사 유치에 힘쓰며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동안, 정작 핵심 수익원인 카지노 운영에 소홀했다는 것입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카지노 매출 비중은 49%로, 파라다이스(76%) 및 롯데관광개발(73.5%) 대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카지노 영업에 필수적인 VIP 고객 유치에 실패한 것이 뼈 아팠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미국에서 카지노 리조트를 운영하는 모히건이 경영하는 만큼, 라스베이거스와 비슷한 방식의 리조트 운영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소수의 VIP 고객에 집중하기보다 매스(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삼고, 카지노 매출에 주력하기보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매출에 집중하여 카지노 매출 비중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카지노 산업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체들은 카지노보다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매출 비중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성적표를 통해 이러한 경영 방식이 한국에선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만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VIP 고객 유입이 저조하자 카지노 매출이 기대를 하회했고, 이를 메워야 할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매출 역시 기대를 충족하지 못 했습니다. 아레나 공연장과 오로라 거리를 통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였지만 이들이 숙박이나 카지노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지 않으며 핵심 수익원인 카지노 매출이 저조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내국인 입장이 불가능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방문한 한국인들은 법적으로 카지노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VIP 하이롤러(고액 베팅 고객)는 주로 바카라 등의 테이블 게임을 선호하지만, 인스파이어 카지노는 테이블 게임보다 슬롯머신의 비중이 훨씬 높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카지노 게임 테이블은 160대에 불과하지만, 매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슬롯머신 기기는 400대에 달합니다. 카지노 게임 테이블 대비 슬롯머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역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운영 방식과 동일합니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인 VIP와 일본인 VIP를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 인력 충원에 나섰고 영업 비용으로 3,754억 원을 지출했으나, 제주도 드림타워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VIP와 인근의 파라다이스 시티를 찾는 일본인 VIP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근에 강력한 경쟁 업체 파라다이스 시티가 위치하고 있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점도 악재입니다. 당초 카지노 리조트가 밀집한 단지를 조성하여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길 바랐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관광객 수요를 나눠먹는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만 밝혀졌습니다. 파라다이스가 VIP 마케팅을 강화하며 영업이익이 6.7% 감소했지만 매출은 7.8% 증가하며 사상 첫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양새입니다.

개장 1년만에 경영권까지 빼앗긴 초유의 비상 사태 벌어져

개장 1년만에 경영권까지 빼앗긴 초유의 비상 사태 벌어져

이로 인해 최근에는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경영권이 모히건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로 넘어가는 충격적인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모히건은 인스파이어 리조트 건설을 위해 2021년 11월 한국의 자회사 ‘MGE 코리아 리미티드’의 지분 100%를 담보로 베인캐피탈에게 사업비 2억 7,500만 달러(3,945억 원)를 조달했습니다. MGE 코리아는 모히건의 최상위 지주회사 ‘MTGA’가 영국에 설립한 법인으로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대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히건이 대출 약정 일부를 충족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베인캐피탈은 이를 이유로 지난 2월 13일 MGE 코리아에 대한 지분 인수 권리를 행사했고, 그에 따라 인스파이어 리조트 경영권도 자연스레 베인캐피탈의 손으로 넘어왔습니다.

경영권이 넘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모히건은 2월 18일 성명을 통해 일부 약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대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해 왔으며 자금난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출 만기인 2027년 5월이 도래하기 전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 이자 지급 역시 놓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관례에 따라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대환 등을 제안했으나, 베인캐피탈이 이를 수락하지 않고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모히건의 지도부 공백을 이유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모히건은 4년 임기의 선출 위원들이 참여하는 ‘부족 위원회(Tribal Council)’에서 입법 및 행정과 사법을 총괄하는데, 하필 조직 구성원이 교체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의사 결정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모히건은 한국의 농협과 비슷하게 부족원들의 자금을 받아 사업을 영위한다”고 말하며, “부족 선거가 진행되면서 의사를 모으고 사업 현안을 처리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모히건이 약정상 대출금을 제 때 상환하지 못 하자, 베인캐피탈이 전환사채 채권을 지분으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히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1년 성적표를 감안하면 대출 관련 문제가 불거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모히건은 1-A 단계 추진 과정에서도 자금 조달 문제로 여러 차례 난관에 부딪친 바 있습니다. 당초 모히건 MGE와 국내 투자자 KCC가 각각 70%, 30% 비율로 투자해 리조트를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였으나, 2018년 지분 구조조정과 사업비 조달 방식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 하고 KCC가 중도 하차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MGE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며 자금 조달에 대한 압박이 더해졌습니다.

리조트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자금 조달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2019년 5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여 공사를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선결 조건이었던 자금 조달을 완료하지 못 하며 2019년 8월 현대건설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후 10월 한화건설과 사전 계약을 맺고 책임 준공을 조건으로 겨우 1-A 단계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12월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잡음이 많았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새로운 주인, 베인캐피탈에 쏠리는 시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경영권은 베인캐피탈에게 넘어온 만큼, 베인캐피탈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 중인 ‘애물단지’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베인캐피탈은 우선 한국 외 다른 지역에서 카지노 리조트와 호텔, 카지노 게임 업체에 투자한 노하우를 살려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입니다. 게다가 1,275개 규모의 호텔 3동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아레나 공연장 등의 핵심 시설이 건재한 만큼, 이를 사업 기반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현재 아레나는 개장 1주년을 맞이하여 호텔 1박 숙박권과 10만 원 상당의 다이닝 크레딧으로 구성된 특가 패키지를 출시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멤버쉽 제도인 ‘모멘텀’ 회원에게는 추가 10만 포인트를 더해 최대 20만 원 상당의 혜택도 즐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3월 중 K팝 아티스트 ‘제니’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단독 공연이 기다리고 있으며, ‘KYGO’, ‘ZEDD’의 EDM 공연도 이어집니다. J팝 아티스트 ‘요네즈 켄시’와 같은 주목도 높은 공연도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카지노 운영에 있어 핵심인 중국인 VIP 유치를 위한 대외 여건도 나쁘지 않습니다. 작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로 마카오 카지노가 살아나는 등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수요가 회복하고 있으며, 한중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인 방문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미 제주도 드림타워 카지노는 중국인 방문 증가 덕분에 작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중국인 VIP가 증가하면 카지노 실적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한국 카지노 업계 역시 이번 경영권 이전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베인캐피탈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맥킨지&컴퍼니(McKinsey&Company)’와 함께 세계 3대 컨설팅 업체로 꼽히는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가 설립한 세계 최상위 사모펀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1984년 설립 후 전세계 4개 대륙에 24개의 사무소를 두고 1,85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세계 유수의 사모펀드 운용사입니다. 2024년 하반기 기준 운용자산(AUM)만 1,850억 달러(267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 회사인 만큼,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보다 수월하게 다음 단계 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베인캐피탈은 인스파이어 리조트 1단계 개발 사업에 2,100억 원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을 모두 지켜본 만큼, 누구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베인캐피탈이 경영권 인수 후 매각에 무게를 두기보다 사업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요소입니다.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베인캐피탈은 초기 개발 단계부터 긴밀한 협력을 이어온 파트너이자 투자자”라고 말하며, “이번 인수가 임직원과 고객은 물론, 리조트 운영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베인캐피탈이 모히건 대출금 상환 능력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담보물을 떠안은 것이 아니라,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적 선택을 취한 것이라 분석하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대형 투자 회사가 면밀한 기업 가치 평가 및 장기적인 수익 창출 전략 없이 경영권을 가져오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탈과 같은 대형 사모펀드는 철저한 실사 없이 경영권을 넘겨받지 않는다”고 말하며, “투자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인스파이어의 미래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베인캐피탈이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당연히 ‘카지노’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없었다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권태일 데이터전략팀장은 “카지노 산업은 일반 관광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촉진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한다”고 말하며 “카지노 운영이 정상화될 경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사모펀드 특성상 향후 미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

사모펀드 특성상 향후 미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

다만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카지노를 둘러싼 대외 여건은 베인캐피탈의 관리 능력을 벗어난 부분이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이것이 곧 베인캐피탈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 보긴 어렵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베인캐피탈은 크레딧펀드를 통해 성장한 투자 회사입니다. 크레딧펀드는 사모펀드가 영업으로 획득한 자금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 사모펀드의 주된 경영 방식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과 달리, 경영에 참여하는 일 없이 지분을 인수할 수 있고 투자도 가능한 방식입니다.

한국에서 경영 중인 회사도 소비재와 기술, 헬스케어, 금융 서비스 등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호텔과 리조트, 부동산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카지노 리조트를 직접 경영한 적은 없으며, 한국 카지노 리조트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하기엔 인스파이어의 몸집이 지나치게 큰 편입니다. 베인캐피탈 내부적으로도 경영과 매각을 두고 저울질 한 끝에 매각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인캐피탈의 경영권 인수로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베인캐피탈은 당분간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기로 하였으나, 모히건의 운영 전략과 청사진을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모히건은 당초 2046년까지 6조 원을 추가 투자하여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동북아 최대의 복합 리조트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는데, 사모펀드 입장에서 이러한 청사진을 과연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투자금 회수가 가장 중요한 사모펀트 특성상 인력 감축이나 비용 절감 등의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크레딧펀드로 성장한 회사라 해도 이번 경영권 인수를 계기로 바이아웃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바이아웃은 경영권을 인수하여 단기 수익성을 높인 후 매각이나 상장을 노리는 방식인 만큼,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도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 초기 1-A 단계에서 국내 금융사 농협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1조 400억 원의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동북아 최대 복합 리조트로 발돋움하려는 계획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모히건이 베인캐피탈의 경영권 인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계속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점도 향후 경영에 있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모히건이 대출 계약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베인캐피탈이 이를 거부하고 우선적인 지급 조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빼앗겼으므로, 경영권 분쟁이 법적 공방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모히건은 성명을 통해 베인캐피탈의 경영권 인수가 인스파이어 리조트 임직원과 고객,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모히건 미국 본사는 경영권 인수가 공개된 이후 1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리조트에서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단기 장애물 역시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하며,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후 “우리는 인천 지역 사회와 한국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적 · 사회적 기여를 이행하고, 한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호 합의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계속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경영권 인수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듯

외국인 전용 카지노 라이센스 허가권을 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정부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건설 당시 각종 인·허가에 적극 협조하였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장 행사에 참여하여 한국 관광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등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표명해 왔습니다. 인천공항공사 또한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경제 효과를 5조 8,000억 원, 직간접적인 고용 효과를 28,000개로 추산하는 등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현재는 비록 백지화되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단시티 카지노에 대해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사업 연장을 허가하며 영종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유화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 인스파이어 리조트, 미단시티를 삼각편대로 하는 카지노 클러스터(Cluster)를 구축하여 인천 영종도를 동북아 카지노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이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사모펀드(PEF)로 넘어간 사실을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길 공산이 큽니다.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과 정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입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당장 올해 3월 내로 정부에 ‘인스파이어 1-B 단계 복합문화시설 계획’을 보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1조 2,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B 단계는 테마파크와 쇼핑몰, 골프장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하여 투자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인스파이어 관계자 역시 “현재 1차 논의가 진행 중이며, 사업계획서 제출 이후 정부와 추가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게다가 파라다이스 시티,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갖춘 다양한 복합 관광 시설을 활용해 영종도를 한류(韓流) 문화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금이 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베인캐피탈이 기존 모히건과 다른 노선을 취한다면, 모히건의 구상을 바탕으로 적극 지원한 정부 입장에서는 견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한국 법인인 인스파이어에게 인·허가를 내준 것이고, 이번 사안은 모회사의 경영 주체가 변경된 것인 만큼 관광진흥법상 위반 사항이 없으며 영업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경영 주체가 바뀐 만큼 향후 상황을 계속하여 주시할 예정”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1년간의 적자 이후 새로운 주인을 맞아 격랑에 시달리는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과연 빠른 시일 내로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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