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2조원 투자 물거품 위기

2조 원이라는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된 인천 영종도의 초대형 복합 리조트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간 5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리조트를 찾으며 개장 1년간 집객 효과 만큼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이지만, 정작 실제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으며 연간 1,56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VIP 고객 유치 실패로 카지노 매출이 저조하였고, 미비한 시설로 인해 복합 리조트 매출 또한 실망스러운 탓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재정 부담이 가중되며 개장 1년만에 미국의 사모펀드로 경영권을 빼앗기는 사태마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반면 인천 영종도의 가장 큰 경쟁자인 파라다이스는 서울 장충동에 플래그십 호텔을 건설하여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입니다. 인스파이어 카지노 매출액이 1,079억 원을 기록한 데 반해, 파라다이스 카지노 매출액이 4,151억 원을 기록한 것만 보아도, 둘은 사실상 경쟁적 입지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만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잇따른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극복해야 할 난관으로 지적됩니다.
개장 후 1년, 지지부진한 실적 기록 중인 인스파이어 리조트
2023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1년간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2,1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영업손실은 1,56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 분기 668억 원에 비하면 2배 이상(134.14%) 늘어난 수치이며 당기 순손실은 2,654억 원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개장 초기 인력 확충과 인프라 구축 등 3,754억 원의 비용 지출이 계상된 내용이지만, 매출보다 비용이 훨씬 크다 보니 지금까지 누적 결손금만 4,449억 원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부채 비율 또한 전년도 242.48%에서 2배 가량 증가한 446.8%를 기록했으며, 차입금 의존도 또한 64.7을 기록하여 재무 상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리조트 건설 투자금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만 1조 원을 넘어서며 작년 한 해 이자 비용만 967억 원을 지불했습니다. 총 2조 4,775억 원의 부채 중 5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 리파이낸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상환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통상 복합 리조트는 공사비와 인건비 등 초기 지출 비용이 막대한 만큼 개장 첫 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적자 규모가 매우 큰 탓에 재정 건전성조차 위협받는 것 아닌지 우려될 만한 상황입니다. 현재와 같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경영 위기 상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단적으로 개발 1A 단계에 투입된 1조 400억 원의 투자금에 대하여 NH농협과 KB국민은행, 하나금융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리조트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VIP 고객 유치 실패로 적자폭 확대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예상을 넘어선 손실을 기록하게 된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VIP 고객의 부재’입니다. 복합 리조트 사업에서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하는 카지노는 소수의 VIP 관광객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카지노를 움직이는 ‘큰 손’이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멀리 하면서, 최근 1년간 인스파이어 카지노의 매출은 고작 1,079억 원에 그쳤습니다. 현재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카지노 부문 매출이 연 4,000억 원을 기록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치의 1/4 수준에 불과한 것입니다. 영종도 내 가장 큰 경쟁자인 연 4,1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시티와 너무나도 큰 격차입니다.
문제는 향후 몇 년 내로 급격한 반전을 기록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15년 사업 추진 당시 주 타겟으로 삼은 중국인 VIP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채 회복세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2015년 1,323만 명으로 집계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한한령 여파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거치며 2023년 25만 명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도 드림타워 리조트가 중국인 덕택에 작년 한 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듯, 한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중국인 VIP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최근 한중 관계 개선과 리오프닝,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회복된 중국인 관광객이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찾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작년 하반기부터 마케팅 관련 인력을 대거 충원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쓸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리고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중국보다 일본으로 눈을 돌려 VIP 고객 영업망 확대에 나선 상황입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제주도 무(無)비자 정책을 발판 삼아 중국인 관광객을 독점하다시피 한 드림타워 리조트, 그리고 오사카와 도쿄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일본인 관광객을 선점한 파라다이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낮은 객단가로 인해 복합 리조트 시설도 매출 저조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두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낮은 객단가’입니다. 사실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찾은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이는 큰 이익을 기록 중인 잠실 롯데월드의 연간 방문객 수 510만 명과 거의 비슷한 수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도 정작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국내 최대 복합 리조트로서 파라다이스 시티와 같은 복합 리조트에 비교해도 출중한 시설을 자랑하며, 사실상 이름만 복합 리조트에 불과한 드림타워 리조트에 비하면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의 뛰어난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스파이어 리조트 전체 매출 중 카지노 매출을 제외한 매출은 고작 1,0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연간 500만 명이 찾았다는 사실로 단순 계산하면 평균 객단가가 2만 원 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방문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로, 내부 설계 및 시설 완성도 부족을 꼽습니다. 한국 최대 다목적 공연장인 아레나는 규모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그 외 시설인 호텔이나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리테일 샵인 인스파이어 몰 등은 소비자 만족도가 턱 없이 낮다는 것입니다. 인스파이어 호텔은 객실당 평단가가 주말 60~70만 원, 주중 30만 원 대인 5성급 호텔입니다. 오션 타워와 선 타워, 포레스트 타워 등 총 3개 동에 1,275개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오션 타워를 제외하면 모두 일반 방문객이 이용하는 공용 시설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숙객 입장에서는 호텔 객실 내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한 고객은 “1인당 20만 원을 부담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하였는데 미디어 아트를 관람하는 통로에 위치하여 높은 가격에 걸맞는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리조트 내 어디를 가든 일반 관광객과 동선이 겹쳐 고급 리조트가 아닌 복합 쇼핑몰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인스파이어 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47~83%에 그치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다른 시설 대비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시설인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역시 4,200평의 대규모 시설 대비 놀거리가 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스플래시 베이 주말 이용권은 55,000원, 주중 이용권은 44,000원은 파라다이스 시티 레스토랑 ‘씨메르’와 비교해도 5,000원 정도 저렴하지만, 규모가 훨씬 협소하고 이용할 만한 놀이기구도 부족합니다. 워터파크 최고의 인기 놀이기구인 ‘워터 슬라이드(미끄럼틀 방식)’가 건축물 용도상 유원시설로 허가 받아야 하지만, 설치 단계에서 운동 시설로 허가를 받아 이용이 중지된 탓도 있습니다. 결국 스플래시 베이는 개장 9개월 만에 내부 시설 증축을 위해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한 번 허가를 받은 건축물은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아 워터 슬라이드 이용은 계속 제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장 1년만에 빼앗긴 경영권,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향방 안갯속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라 불릴 예정이었던 인천 영종도는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개장으로 많은 기대감을 모았으나, 개장 1년만에 기록한 실망스러운 성적표로 경영권마저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운영사였던 미국 모히건이 대출 약정 위반으로,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케피탈에게 담보물이었던 인스파이어 리조트 경영권을 빼았긴 것입니다.
앞서 모히건은 2021년 11월 한국의 자회사 ‘MGE 코리아’ 지분을 담보로 베인캐피탈로부터 사업비 2억 7,500만 달러(4,040억 원)를 조달했습니다. 당초 상환 만기는 2027년 5월이었는데, 최근 일부 대출 약정을 충족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베인케피탈은 모히건의 자회사 MGE 코리아에 대한 지분 인수 권리를 행사하여 인스파이어 리조트 경영권을 획득했습니다. 모히건은 대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전략적 투자자(FI)인 베인캐피탈과의 대출 약정을 이행하지 못 한 것 만큼은 사실입니다.
향후 2046년까지 6조 원을 더 투자하여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권이 넘어간 탓에,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베인캐피탈이 사모펀드 특성상 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인스파이어 리조트 본연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당장 2032년까지 1B 단계에서 41만 1,794㎡ 부지를 개발해야 하고, 2096년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인천국제공항 제3국제업무구역 436만 7,000㎡를 추가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에 인스파이어 리조트 관계자는 “올초 1B 단계 사업 계획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였고,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는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장기적인 비전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경영권이 넘어간 사태에 대해서도 “베인캐피탈 및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복합 리조트로서 더욱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가장 경쟁자 파라다이스,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서
반면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가장 큰 경쟁자인 파라다이스는 2024년에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1조 72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여 사상 첫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어 젖혔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탓에 출혈 경쟁으로 내몰리며 수익성이 악화되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1,36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에도 1월 717억 원 대비 2.1% 감소한 7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년 2월과 비교하면 11.5%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인스파이어 리조트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현재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작년 매출은 8,1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는데, 이 중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의 카지노 매출이 4,151억 원으로 50.6%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파라다이스는 워커힐 호텔에 VIP 전용 카지노를 개설하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사업 다각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파라다이스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올해 착공에 나설 계획인 서울 장충동의 플래그십 호텔입니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유 부지 내 1만 3,950㎡에 4,220평 규모의 최상급 럭셔리 호텔을 신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업비만 총 5,750억 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투자입니다. 파라다이스가 강점을 지닌 일본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동대문 및 명동과 가깝고, 주변에 신라 호텔이나 반얀트리 호텔 등의 최고급 호텔이 즐비하여 집객 효과도 뛰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파라다이스는 서울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을 중심으로 파라다이스 시티, 파라다이스 부산 등 기존 호텔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선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파라다이스가 미래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체험 산업 크리에이터 전환’과도 궤를 함께 합니다.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이 단순한 호텔 개발을 넘어, 한국의 호텔 리조트 업계를 재편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입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영종도 카지노 클러스터 구축에 맞춰 파라다다이스 시티의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고, 해외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글로벌 고객층을 적극 확보해 나갈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어 “카지노 사업의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 VIP를 대상으로 한 디너쇼, 현지 맞춤형 마케팅, 김포국제공항 파라다이스 라운지 운영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쟁력 강화에 나선 파라다이스와의 경쟁에서 과연 혼란을 겪는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 나갈지 한국 카지노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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